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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네, 순창시장 열렸네! 순창 오일장 풍경


누군가 순창시장에 가면 피순대를 먹어보라고 했다. 검붉은 선지로 속을 꽉 채워 맛있다고. 순댓국 생각을 해서일까. 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순창시장의 장날은 매월 끝자리 1, 6일.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이 아니기에, 나그네(기자)의 마음은 더욱 부푼다. 초봄의 순창시장에는 쑥, 미나리부터 돼지감자, 냉이 등 갖은 채소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들기름 짜는 풍경, 숯불구이 김을 파는 트럭, 붉고 노란 꽃을 파는 화훼상도 역시 순창 장날의 풍경이다.

                    
                

3월의 순창시장은 ‘초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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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호박을 파는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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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시장에도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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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와 쑥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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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날이 되면 순창시장은 '녹색'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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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린 돼지감자로 물을 끓여먹으면 구수하다.
 

“아 글씨, 서울꺼정 가져가도 암씨롱도 안 혀.”

채소 좌판 앞에서 망설이길 수 분째. 그득그득한 봄나물을 눈앞에 두고, 머릿속으로 지갑 속 현금을 세는 ‘서울 것’에게 좌판 아주머니가 쐐기를 박는다. 상온에 ‘고대로’ 놔둬도 ‘아무렇지 않다’는 말,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3월 초 순창시장 장날에는 봄 채소부터 해산물, 공산품까지 한바탕 좌판이 벌어진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돼지감자. 뚱딴지라고도 불리는 이 감자는 생김새가 못 생겼다 하여 ‘돼지감자’로 불린다. 현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돼지감자는 일부러 기르는 작물은 아니었다고. 밭에서 절로 나면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타지역, 특히 도시민들에게 돼지감자가 인기를 끌자 많이 내다팔게 되었다. 돼지감자는 얼핏 보면 감말랭이같이 생겼지만, 특유의 향으로 구분된다. 구수한 향이 영락없는 ‘땅의 냄새’다. 물에 끓여 차로 마시면 맛이 그만이다.
 

피순대 넣은 순댓국으로 속을 ‘든든히’

  • 임을 이고 가는 순창시장 아낙네의 모습이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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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장에 들깨가루를 섞어 피순대를 찍어먹으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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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진 내장과 피순대가 듬뿍 든 순창시장 피순대국밥
 

장 구경을 마치자 시장기가 든다. 드디어 피순대를 맛볼 차례다. 좌판 구경할 때와는 또다른 설렘을 안고 순대골목으로 접어든다. 현재 순창시장에서 영업 중인 순대 가게는 6~7곳. 피순대는 말 그대로 선지순대이다. 영어 이름도 ‘블러드(blood) 소시지.’ 무서운(?) 이름과는 달리 맛은 일품이다. 초장에 들깨가루를 뿌리고 섞으면 그것이 곧 양념장이다. 피순대 하나를 집어 양념장에 찍고, 천천히 씹어본다.
 
일명 ‘서울 순대’라 불리는 당면 순대는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해지기 십상인데, 피순대는 다르다. 한 입 먹으면 묵직하고 퍼석거리는 식감이 제법 편안하다. 속을 선지로 만들었으니, 철분 덩어리다. 여자가 먹으면 더 좋다. 인조 껍질 대신 돼지 창자로 만들어, 씹는 거부감도 없다. 국에 들어간 내장들도 하나같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가장 좋은 건 비릿한 내장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 순대 가게 특유의 누린내가, 이곳 순창의 순대국집에서는 나지 않는다. 그만큼 깨끗한 재료로 온전히 만들었다는 증거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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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10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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